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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롤 근무 1주차

1. 들어가기 전
2. 일상
3. 마무리

 

1. 들어가기 전

나는 23/24 시즌 용평 스키 패트롤 1년차로 근무하였다. 이 기간 동안의 사진과 카톡 내용을 복기하여 최대한 근무내용과 느낀 점을 작성하려 한다. 그리고 비록 퇴사를 하였지만 내 기준에서 민감한 내용은 작성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작성하는 모든 내용은 복기한 기억을 위주로 작성하여 왜곡과 과장이 있을 수 있음을 유의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트러블메이커 1년차 패트롤의 주관이 담겨있다 보니 "보기가 불편하거나 나와 생각이 다르다면 그냥 뒤로 가기를 눌러"주면 좋겠다. (피드백은 안 받습니다)
 

2. 일상

근무 1주 1일 차

분명 오늘 첫 근무에 투입되어야 하는데... 폭설로 인해 근무투입이 내일로 늦춰졌다. 원래 이날 같이 오픈작업을 하는 분이 강사원님이였는데, 전날 동기들과 강사원님 카톡 프로필 사진(팔로 수박을 껴안고 있으셨는데 팔뚝이 수박만 하셨다...)을 보고 공포에 떨고 있던(작업 실수해서 꿀밤 맞으면 삼도천 하이패스 할까 봐) 나는 안도(?)했다. 갑작스럽게 휴무가 되어 방에서 쉬다 동기들과 PC방을 갔었던 것 같다. 
 

근무 1주 2일 차

드디어 아침 일찍 일어나 레드로 첫 근무투입을 했다. 3년차 박선배님을 따라다니며 처음으로 핑크슬로프를 오픈했다. 다행히 교육생 때 몇 번 뵜을때 늘 웃고 계셨고 오늘 오픈 때도 리프트에서 말을 많이 하셔서 마음이 편했다. 이 날 오픈하면서 슬로프 점검 방법, 오픈 무전(XXX 핑크 슬로프, 리프트, 안전시설물 상태 양호합니다.), 드릴 사용법, 매트리스 엮는법을 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날 아침에 메트리스 방향이 돌아가 있던 게 나에게는 천운이었던 거 같다. 단순히 매트리스를 하나를 엮었지만 매듭법, B-NET 소켓 엮는 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박선배님이 실제로 연습할 기회까지 주셔서 첫날부터 많이 배웠다.   

 
 
그리고 정상에 올라가서 사원, 선배님들께 간단히 인사를 드리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고 앉아 있을 때쯤 무전이 들어왔다. 무전 내용은 "핑크 상단 발목 환자"였다. 이때 2년차 초 선배님이 토바건을 준비하시길래 내가 따라가도 되는지 여쭤봤고 허락을 받았다. 먼저 나는 퀵스프린트를 들고 상황 장소로 이동하였고 이때 환자 보다 산방향에서 멈췄는데 신고자분에게 충고를 들었다.(패트롤 출신 신고자분이 환자 아래에서 정지해야 한다고 지적해 주셨다.) 어찌어찌 교육받은 대로 퀵스프린트를 채우고 현장 사진 촬영을 하니 초선배님이 토바건을 가지고 내려오셨다. 그리고 초선배님이 토바건을 끌고 의무실로 이동하셨고 나는 장비를 챙겨 따라갔다. 의무실에서 후송일지를 작성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초선배님이 옆에서 봐주셨고 나는 운 좋게(?) 실전 후송일지를 배울 수 있었다. 이 또한 지금 생각해 보면 후송일지를 일찍 작성하여 자신감이 붙으니 자주 후송일지를 쓰러 가게 되고 나중에는 겁 없이 잘 쓸 수 있었던 거 같다.
 
점심에 선배님이 올려주신 도시락을 먹고 다행히 아무 사고 없이 첫날이 지나갔다. 이 날 어쩌다 보니 이선배님과 박선배님이 레드 초소 뒤편 포토스팟에서 패트롤 인생샷을 찍어 주셨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들 너무 어색하고 어려워서 쭈그리고 조용히 있었던 거 같다.

 
 
 
 

근무 1주 3일 차

오전에 패트롤 체조 후 출근을 하고 처음 뵙는 3년차 김선배님을 쫄래쫄래 따라 핑크슬로프 오픈을 하러 갔다. 김선배님은 말이 별로 없으셨고 묵묵히 FM으로 오픈작업을 하셨다. 그렇지만 중간중간에 설명해주시며 단순히 슬로프만 보는 나의 좁은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 노력하셨다. 그리고 이 날도 마침 운이 좋게 매트리스 2개가 돌아가 있어서 한번 더 매트리스를 묶어볼 수 있었다. 나름 어제 배워서 잘 묶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줄을 당기는 방향이라던지, 어디에 엮어야 하는지 등 노하우가 부족했다. 이런 아쉬운 부분을 지적하기보다는 추가 설명을 해주시고 열정에 칭찬을 해주셨던 걸로 기억한다.

매트리스 작업 전/후

 
점심에는 선배님 1명 + 1년차 2명을 한 조로 도시락 타오는 법을 배웠다. 나는 배우고 싶었지만 동기들이 이미 이동해서 내일로 늦춰졌다.
 
오후에 갑자기 5년차 최선배님이 나와 동기들을 불러내서 왜 패트롤 하는지 물어보셨다. 그리고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근로계약서 수정하러 패트롤실에 잠시 갔는데 1년차들 명찰과 호루라기가 나와서 바로 착용하였다. 오늘은 다행히 사고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받은 명찰

 
이 날 분명히 레드 정상에서 토바건 교육을 진행했는데 내가 왜 없었는지 모르겠다. 기억에 의하면 2년차 이선배님을 따라서 옐로우 네트 보수작업 갔던 거 같은데..

토바건이라 부르고 후송썰매라 쓴다

 

근무 1주 4일 차

오전 출근을 하여 교육생 때 몇 번 뵀던 남사원님과 핑크 오픈을 했다. 내가 상단 오픈을 할 수 있다고 말해서 남사원님이 먼저 아래쪽으로 먼저 이동하셨다. 그런데 동기와 상단 오픈 작업을 하던 중 드릴을 눈속에 쳐박아 버렸다. 처음있는 상황이여서 너무 당황스러웠고 조치방법도 몰랐던 동기와 나는 공포에 떨고있었다. 아래에 계신 남사원님 전화번호는 모르고, 무전을 하기에는 무섭고... 그런데 마침 4년차 이선배님이 뉴레드에서 내려오다 발견하고 도움을 주셨다(그 당시 내 눈에는 예수였다). 정말 다행히 드릴은 뽑혔고 무사히(?) 핑크 오픈을 할 수 있었다. 이 날 남사원님께 많이 죄송했다...(이 사건 후 한동안 남사원님께 미움받은 거 같은 건 기분 탓...?) 그리고 남사원님께 핑크 오픈 후 레드 파라다이스 하단 오픈 지원 방법을 배웠다. 오픈을 마치고 정상에 올라가자마자 레드 파라다이스 오픈 지원 중 적설량 부족한 곳에 남사원님을 따라가 조치법을 배웠다.

 
점심에 도시락을 가지러 갈려고 했는데 이 날도 다른 동기들이 이미 가버려서 배우지 못했다. 정상에서 도시락을 먹고 삼각대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이쯤부터 순찰 허락을 받아 1년차 동기들이 서로 순찰을 나가려고 했던 것 같다.
 

근무 1주 5일 차

첫 휴무를 사용했다. 스키를 타고 싶지는 않아서 방에서 쉬었던 것 같다.(패트롤은 시즌권을 받지만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후까지는 사용할 수 없다.) 
 
저녁에는 방 인원들과 함께 횡계에 위치한 할매감자탕을 갔다.

 

근무 1주 6일 차

정말 푹 쉬고 오후 출근을 했다. 출근하자마자 옐로우 하단부에 싱크홀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많은 패트롤들이 이동했다. 그런데 갔더니 꽤 큰 싱크홀이 있었고 선배님들과 배너, 주의 폴, 락카 조치를 했다. 이땐 정말 몰랐다... 이게 얼마나 큰 일로 이어질지...

 
 
그리고 조금 있다 레드 파라다이스에서 토바건 요청 무전을 받고 혼자 빈 토바건을 질질 끌고 내려갔다. 이때 처음 토바건을 끌어서 화렌으로 최대한 천천히 이동했다. 레드파라다이스 경사가 쎈 곳에서 멈춰야하는데 이 때만 해도 사이드슬립으로 바꿀 줄 몰라서 화렌 상태에서 토바건을 돌려서 정지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환자를 실고 이동했는데 속도가 꽤 붙었지만 잘 후송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의무실에서 후송일지 쓰는데 사진을 깜빡했던 게 기억났다. 다행히 최초 이동한 동기가 사진을 찍어놔서 별일은 없었다.
 
오후+야간 출근인 나는 회사식당에서 밥을 먹고 3년차 김선배님을 따라 레드파라다이스 야간 오픈을 갔다. 당시 골드 브릿지를 막는 Net가 뚤려있었고 이를 보수하고 주의 배너를 설치했다. 그리고 파라다이스 오픈 작업과 야간 오픈 무전을 배웠다.

 
오픈작업을 끝내고 정상 초소에 복귀하였는데 말이 없어서 무서웠던 H대리님이 레드 대장으로 계셨다. 하필 이 날 야간에 나는 사고를 쳐버린다. 당시 레드에서 상황이 1건 발생하여 이미 일부 인원이 이동했고 다른곳에서 추가 상황이 발생하여 내가 레드파라다이스로 최초 이동을 했다. 그리고 이때 그린에서도 상황이 발생하여 무전망에 혼선이 있었다. 나는 분명 안겹치게 무전을 했고 정말 확인 신호까지 받아서 아무생각없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 당시 레드 정상에서는 어떤 무전도 받지 못했고 나에게 유선 연락이 왔다. 그리고 유선으로 상황을 파악한 나는 토바건을 요청을 했고 3년차 김선배님이 오셔서 괜찮다고 말해주시고 단순이동을 해주셨다. 내적 혼란에 빠진 나는 먼저 정상으로 복귀했다. 정상에서 2년차 이선배님께 상황을 먼저 정리해서 설명드리고 정상에 죄송하다고 사과드렸다. 이때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시고 믿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3년차 김선배님도 앞으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고 격려해 주셔서 다행히 잘 끝났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H대리님이 꽤 화나셨다고...(이날 이후로 더 무서워졌다...)
 

근무 1주 7일 차

이 날 오후에 출근했는데 화창했고 별일이 없었다. 그런데 오후에 H대리님(무서워..)이 인원들 순찰 나가라고 하셨고 (블라인드) 어찌어찌 나와 동기가 순찰을 나갔다. 나는 레드 파라다이스로 동기는 핑크로 순찰을 갔다. 이후에 핑크에 터레인 파크로 토바건 이동 무전이 들렸다. 나중에 들은이야기로는 동기가 잠시 대기하며 둘러보고 있는데 점프대를 뛰더니 착지에 실패해 가봤고 골절이었다고 한다. 동기들하고 이야기하는데 우리를 순찰 보낸 H대리님이 신들렸다는 이야기부터, 짬킹 패트롤은 사고를 분 단위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소문이 돌았다.
 
야간에는 별일 없이 지나갔던 것 같다.
 

3. 마무리

시간이 흐른 지금도 1주차 근무만큼은 잊지 못한다. 모두 나에게 살이 되고 뼈가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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