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의 119 : 용평 스키 패트롤 일상 속으로(4)

패트롤 근무 2주차

1. 들어가기 전
2. 일상
3. 마무리

 

1. 들어가기 전

나는 23/24 시즌 용평 스키 패트롤 1년차로 근무하였다. 이 기간 동안의 사진과 카톡 내용을 복기하여 최대한 근무내용과 느낀 점을 작성하려 한다. 그리고 비록 퇴사를 하였지만 내 기준에서 민감한 내용은 작성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작성하는 모든 내용은 복기한 기억을 위주로 작성하여 왜곡과 과장이 있을 수 있음을 유의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트러블메이커 1년차 패트롤의 주관이 담겨있다 보니 "보기가 불편하거나 나와 생각이 다르다면 그냥 뒤로 가기를 눌러"주면 좋겠다. (피드백은 안 받습니다)
 

2. 일상

근무 2주 1일 차

아침에 패트롤 체조를 하고 2년차 초선배님을 따라 옐로우 오픈을 했다. 이 날 부터 사원, 선배님들이 골드 오픈 작업을 하러 가서 좁았던 레드 초소가 넓어졌다. 그리고 순찰을 돌다 쉬고 있는데 옐로우 리프트 하차장에 발목 상황제보가 있었다. 경사가 약한 옐로우여서 선배님들 허락을 받고 처음으로 혼자 갔다. 현장에 도착했더니 심각한 부상은 아니라 판단되어 퀵스프린트를 채웠다. 그리고 토바건에 태워 끌고 내려갔다.(이 당시만 해도 화렌에서 사이드슬립으로 발바꾸는게 서툴렀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그렇게 환자를 의무실에 인계하고 토바건을 정리하고 있는데 패트롤 대장님이 오셔서 나 혼자 끌고 왔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자신 있게 "혼자 왔습니다!"라 말하고 후송일지를 쓰러 갔다. 열심히 후송일지를 쓰고 있는데 생각을 해보니 현장 사진을 안 찍었다.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며 일단 정상으로 복귀했다.

 

정상에 가니 점심을 먹고 계셨고 J대장님이 나보고 도시락 먹으라고 하셨다. 그런데 이때 나는 현장사진 미촬영 때문에 걱정돼서 속이 안 좋았고 밥을 안 먹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J대장님이 "속 안 좋으면 리조트 식당가에 국수나무 가서 국수 먹고 와, 아주 시원해~"라고 하셨다. 나는 근무 중이기도 하고 멘탈이 터져있어서 괜찮다 말씀드리고 2년차 초선배님께 갔다. 그리고 조용히 초선배님께 사진 안 찍은 걸 말씀드리고 해결방법을 전수받아 해결하고 왔다. 다행히 충돌사고가 아니어서 해결방법이 있었다.

해결완료!

 

 

어찌저찌 해결하고 퇴근을 했다. 그런데 종례시간에 패트롤 대장님이 "요즘 근무 적응 했다고 1년차들 혼자 후송하는 일이 있는데, 아직은 경력자 동행해서 후송하세요" 라고 하셨고, 나만 혼자 고개를 못 들었다.

 

 

근무 2주 2일 차

휴무날이어서 기숙사에서 쉬며 스키를 알아봤던 것 같다. 푹 쉬고 있는데 2차 교육을 받고 있는 문씨가 방에 들락날락하며 휴식을 방해했다.

(1년차들 스키살 때 박순백칼럼 중고장터를 많이 알아보는데 횡계 특성상 당근마켓에 꿀 매물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리고 스키를 구매할 때는 꼭 H대리님, L대리님, W주임님 세분 중 한 분께 물어볼 것! 참고하세요)

 

 

그리고 내가 쉬는 동안 H대리님 주관으로 1년차 토바건 교육이 있었다.(나만 한 번도 교육 못 받았다..)

 

 

근무 2주 3일 차

오후 출근을 했다. 패트롤 체조를 하지 않아서 기분 좋게 출근을 했다. 사원, 선배님들 대부분이 골드 오픈작업에 동원되어서 초소에 사람이 없었다. 별 상황이 없어서 중고 스키를 알아보고 있는데 옆에서 H대리님이 쓱 보시더니 내가 보고 있던 스키는 사지 말라고 하셨다. 이유를 여쭤보니 시세대비 가격이 너무 비싸서였다. 그렇게 보고 있던 매물들은 전부 다 여쭤봤는데 괜찮은 건 없다고 하셔서 중고스키 구매를 미뤘다.

(H대리님은 '박순백칼럼 중고장터 새로고침'이 취미 셔서 괜찮은 매물 나오면 알려주신다. 아 이 글도 보고 계신다.)

 

허락 받았다.

 

 

 

그리고 오늘 사람도 없고 조용해서 5년차 최선배님이 스키 교육을 해주셨다. 자세를 신경 쓰지 않고 타던 나는 버티컬무브먼트와 외향을 배웠다. 나중에 패러렐턴을 연습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저녁에 정상에서 평화롭게 앉아있는데 옐로우 하차장 상황제보가 있어서 출동했다. 도착했더니 일행 3명 중 1명은 하차 중 넘어져 발목 관절에 통증을 호소했고 2명은 초보자여서 못 내려가겠다고 했다. 부상자는 토바건에 실으면 되는데 일행인 초보자 2명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원래 초보자는 스키를 벗고 걸어 내려가야 하지만 부상자의 보호자여서 함께 의무실에 가야 했다. 그래서 결국 초보자들은 모빌지원을 받아 이동시키고 나는 토바건을 끌고 내려갔다. (분명 이틀 전에 1년차 혼자 토바건 끌지 말라고 했지만, 난 말 안 들어)

 

퇴근을 하고 내일 근무표를 보는데 골드라인으로 출근이 되어있었다.

 

 

근무 2주 4일 차

패트롤 체조를 하고 골드로 첫 출근을 했다. 골드가 오늘 10시에 첫 오픈이기 때문에 아침에 선배님들을 따라다니며 골드 오픈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아직 매트리스 작업이 조금 남아있어 3년차 김선배님을 따라 매트리스를 묶으러 다녔다. 그렇게 무사히 오픈을 하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쉬고 있는데 오픈 첫날부터 상황제보가 있었다. 내가 최초 출동해서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무전했다. 그렇게 인원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슬로프 하단에 추가 상황이 있으니 이동해서 확인해 보세요"라고 무전이 왔다. 내려가면서 확인하던 중 충돌 사고를 발견했다. 그리고 내가 도착하자마자 보호자인 할아버지께서 "내가 용평에 50억을 냈는데, 이 시발럼들 회원 대우를 이렇게 해?, 패트롤 개새끼들 등" 욕을 하셨다. 계속 욕을 들으며 부상자 상태를 확인하는데 복합 부상으로 나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정상에 모든 응급조치도구와 장비를 다 챙겨서 와달라고 했다!  모든 선배님들이 도착해서 조치를 하는 도중에도 조치를 방해하며 욕을 했다. 여튼 의무실로 잘 모셨고 2차 후송을 가셨다.

 

그리고 정상에 복귀했더니 선배님들이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격려해 주셔서 별생각 없이 잘 넘겼던 거 같다. 

+용평 회원권이 50억이나 한다는 사실, 개나 소나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 레드 초소 뒤편에 고객님이 똥 사고 튀었다는 소식을 듣고 퇴근하고 성지순례 가서 소원 빌고 왔다. 

 

 

근무 2주 5일 차

아침에 정상에서 사용할 등유통을 가지고 거리가 먼 골드까지 출근하니 팔 빠지는 줄 알았다. 3년차 박선배님을 따라 오픈작업을 하고 바로 골드브릿지 위치 배너를 설치하러 갔다. 적당한 거리(감)를 기준으로 잘 설치하고 정상으로 복귀했다.

위치 배너

 

 

날씨가 좋아서 골드에서 무한 순찰(스키 연습)을 하고 있는데 상황제보가 있어서 가봤더니 스키스쿨 직원분이셨다. 정확한 부상 부위 확인이 어려워 이번에도 정상에 응급저치 도구를 전부 부탁했다! 그리고 응급조치를 하는데 직원분이기도 하고 시즌초반이어서 더욱 조심스러웠다. 여튼 백보드, 토바건에 실어서 무사히 의무실까지 모셨다.

 

 

근무 2주 6일 차

토요일이어서 자유스키를 못 타고 방에서 쉬었다. 교육 중인 문씨도 원래 쉬는 날이지만 모 라인 대장님께 스키 교육을 받으러 가서 혼자 푹 쉴 수 있었다.

 

 

근무 2주 7일 차

쉬고 돌아왔는데 근무 라인이 다시 레드로 배정되어 있었다. 며칠 사이에 레드에 갔는데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일단 처음 뵙는 선배님들과 직원분들이 많이 계셨고 오픈방법이나 배너위치도 조금 바뀌어 있었다. 혼란 속에서 동기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며 적응을 해나갔다. 내가 없는 사이에 옐로우 슬로프 싱크홀은 더 커져 있었고 패트롤존도 설치되어 있었다.

 

오늘 크리스마스이브여서 손님들이 많았고 교대로 패트롤존에서 근무를 서며 사고를 예방했다. 혼자 아무 생각 없이 서있으니 시간이 안 갔다. 그런데 손님이 엄청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큰 사고 하나 없이 평화롭게 지나갔다.

패트롤존

 

 

오후에는 H대리님께서 호루라기 부는 방법을 교육해 주셨다. 혀로 호루라기를 막고 공기를 모은 뒤 혀를 떼면 큰소리가 난다. 소리 크게 불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라고 하셨다. 전자호루라기가 최고야

 

저녁을 먹고 있는데 퇴사까지 일 하게 될 라인이 정식적으로 공지되었다. 골드, 레드, 실버, 레인보우 중 나는 레드였다. 나와 친한(?) 선배님들은 대부분 골드로 가셔서 정말 많이 아쉬웠다. (골드 초소가 넓어서 좋아)

 

 

3. 마무리

이쯤 스키 타는게 지겨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