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2주 차
1. 들어가기 전
2. 일상
3. 마무리
1. 들어가기 전
모든 내용은 절대 대한민국 국군, un 평화유지군의 의견이 아닌 고작 8개월 활동한 개인의 생각입니다. "보기가 불편하거나 생각이 다르면 나가세요."
일기를 중점으로 주단위로 글을 작성하려고 한다. 남수단에서 찍은 사진이 꽤 있으나 보안에 문제없는 사진만 올리려 한다.
군 관련 내용은 모두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내용만 작성하였으며 군기밀 내용은 블라인드 처리하거나 뺏다.
고정 출연 인물 정리
권씨(통신 유선병, 전역 후 호주에 거주 중)
정씨(TOD 운용병으로 함께 작전 수행함, 전역 후 소방공무원 준비 중)
K중사님 (의무대 AMB 수송관으로 함께 작전수행함, 늘 재밌고 친절했던 삼촌)
허씨(공병 통역병, 함께 작전 수행함, 전역 후 라섹함)
공병 3팀장님 (MSR 작전 지휘관, 내가 가장 존경하는 군인이고, 상관이고, 어른이다)
2. 일상
남수단 2주 1일 차
네 뭐... 이번주도 계속 MSR 작전에 투입되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해서 문제없이 점검 교신을 하고 공병 3팀장님께 위성장비, 무선장비 사용방법을 설명해 드렸다. 그리고 저번주까지 16진 화물통제(파병 진 교대 때 주바공항에서 한빛부대까지 모든 물자를 검토, 관리, 수송한다)를 마치고 MSR작전에 첫 투입된 통역병 허씨를 처음 만났다. 일주일 선배!인 내가 친절하게 작전 현황을 설명해 줬고, 허씨가 말을 많이 걸어줘서 오전 무전대기 시간을 녹여줬다.
점심에 전투식량을 먹고 군종장교님께서 팥빙수를 가져다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오후 정기 교신을 하고 무전대기하는데 또 쇠파리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의무대에서 습지에 방역을 해주었지만 쇠파리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전기파리채도 빌려주셔서 잡아보려 했지만 쇠파리는 잠깐 기절하고 다시 살아나서 돌아다녔다. 결국 모자를 벗어 휘두르면서 계속 도망 다녔다. 그러다 의무대 K중사님이 AMB에 타라고 하셔서 무전대기 때려치우고 허씨와 AMB 뒷자리에 숨어있었다.
철수 시간이 되어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토키에서 무선병을 급하게 찾았다. "덤프트럭 에어 고장이 발생했다"무전을 듣고 나는 지휘통제실에 기동정비팀을 출동시켜 달라고 무전했다. 그리고 지통실에서 "최소한의 병력을 제외하고 먼저 철수해"라고 무전을 듣고 "는 남아서 상황이 해결되면 무전하고 복귀하겠다"라고 수송관님께 말씀드리고 1차 복귀차편을 보냈다.(지금 생각해 보면 일병 따위가 저는 이렇게 하겠습니다! 하는 게 파병부대라서 가능했는 듯..) 그리고 계속 지통실과 교신하다 공병 실무자께서 복귀해도 된다 하셔서 2차 복귀차편을 타고 주둔지로 복귀를 했다. 복귀하고 있는데 핸드토키에서 아주 높으신분이 무선병을 찾더니 "무선병이 지금 복귀하는게 맞냐?, 다시 현장으로 와라"라고 해서 식은땀 흘리면서 현장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현장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덤프트럭 수리 끝났고, 잔여병력 모두 주둔지로 이동해"라고해서 결국 주둔지로 복귀했다.
그렇게 주둔지에 와서 이 사건(일병은 억까를 잊지 않을 겁니다)을 통신팀장님께 보고 했고 통신팀장님이 오해를 풀어주셨다. 공병 실무자분께서 마침 휴대폰 신호가 미약하게 잡혔고, 무선병 고생한다고 생각해서 먼저 복귀시켰는데 아주 높으신분께서 나를 찾은 거였다.
여튼 복귀해서 저녁을 먹고 정씨와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바로 잠을 잤다. 그리고 중간에 야간순찰 근무 뛰고 다시 잠들었다.
남수단 2주 2일 차
MSR 작전에 투입됐다. 오전 정기교신을 하고 앉아있는데 핸드토키에서 무선병을 찾았다. "덤프트럭 브레이크 고장 발생했다"라는 무전을 듣고 지휘통제실에 기동정비팀을 요청했다. 그러나 지휘통제실에서 "현장에서 수리 시 돌발상황(블라인드) 발생 위험이 있어 해당 차량, 수송관 조기 복귀하라고"하였다. 일단 덤프트럭이 천천히 복귀를 하는데 공병3팀장님께 "덤프트럭 브레이크 고장인데, 복귀 중 내리막길은 어떻게 내려갑니까?"라고 여쭤보니 3팀장님께서 덤덤하게 "기도하자"라고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심에 전투식량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현지인이 가방에 총을 넣고 지나가고 있었다. 원래 경계인원이 무전해서 미리 알려줘야 하는데 갑자기 지나가니 깜짝 놀라서 전투식량 떨어트릴 뻔했다. 알고 보니 전방 경계하는 인도군이 무전을 안 한 거였다.
복귀해서 누워있는데 주말 없이 MSR작전을 한다고 했다. 나는 억장이 무너졌는데 다행히 TOB전개 이후 일정이라 해서 진정할 수 있었다. (TOB전개란 임시 숙영지로 MSR작전이 일정한 거리 이상으로 가게 되면 복귀할 수 없어서 그곳에 임시숙영지를 구축하고 생활하며 MSR 작전을 수행한다. 당연히 식량, 물, 통신 모든 것들이 한정적으로 제한된다.)
그리고 통신팀장님이 나를 부르셔서 TOB전개 이후 무선반장님과 내가 교대를 하며 작전을 나갈 거라고 말해주셨다...
남수단 2주 3일 차
또 MSR 작전을 나갔다. 아침에 정기 교신하고 허씨와 노닥거리고 있는데 빨간 모자를 쓴 현지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본인이 Bor Cheif라고 주장하며 현장지휘관을 불러달라고 하여 무전을 했다. 그렇게 공병 3팀장님과 만나서 대화를 했다. 10분 뒤 3팀장님이 "작전구역 좌측 200M 거리에 위치한 보건소까지 습지를 도저로 밀어달라"라고 하셨다. 밀자마자 습지에서 쇠파리가 미친 듯이 올라왔다. 이 날은 쇠파리 때문에 용변 처리도 못해서 진짜 죽고 싶었다.
주둔지에 복귀해서 쉬는데 휴대폰 통신이 끊어져서(자주 있는 일인데 만약 시간제 데이터를 구매했다면 그냥 돈 날리는 거다.) 아무 생각 없이 누워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둔지 사이렌이 울리고 QRF팀과 TOD반장님을 찾는 방송이 울렸다. 무슨 일인지 나가봤는데 한빛학교 해적(블라인드, 남수단에는 바다가 없다) 상황이었다. 다행히 무사히(?) 상황이 종료되었다.
남수단 2주 4일 차
또 MSR 작전을 나갔다. 아침에 정기교신 하기도 전에 살수차가 빠져서 자체적으로 견인을 했다. 그리고 정기교신을 한 지 5분 정도 지났을 때 어어 소리가 들리더니 (블라인드)사고가 발생했다. 핸드토키에서 "의무팀, 무선병 사고 현장으로 이동" 무전을 듣고 뛰어갔다. 상황 파악 후 지휘통제실에 무전으로 보고 했다. 중상자도 없고 자산피해도 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작전은 중지되었고 점심을 먹고 현장에서 안전교육과 TOB 전개 이후 작전 일정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점심 늦게 작전을 재개했다. 그리고 덤프트럭에 경미한 파손이 발생하여 지취통제실에 기동정비팀 출동을 요청했다.
복귀를 했다. 저녁을 먹고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며 푹 쉬었다. 동료에게 소말리아 마피아들이 운영하는 남수단 통신사 충전소와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충전소가 요즘 가격경쟁을 해서 요즘 꽤 좋은 환율로 충전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야 뭐 개꿀.
남수단 2주 5일 차
또 MSR 작전을 나갔다. 아침에 현장에 도착했는데 뭔가 허전함을 느꼈고 UNMISS 무전 장비를 안 챙겨갔다는 걸 깨달았다. 다행히 별로 쓸 일 없어서 이때는 아무 생각 없었다. 그리고 오늘은 아무 일 없어서 정기 교신하고, 허씨와 노닥거리다 복귀했다.
그리고 복귀를 해서 장비를 반납하러 통신실에 갔는데! 유, 무선반장님이 퇴근 안 하고 계속 기다리고 계셨다! 무선반장님이 UN장비를 안 챙겨간 것에 관해 혼내셨다. 유선반장님이 말려주셔서 다행히 살았다(?) (지금도 할 말이 없다. 총 안 챙겨간 거랑 다를 게 없으니까..)
혼나서 기가 죽었지만 내일부터 4일 동안 UN크리스마스 휴일이라 행복했다 ㅋㅋㅋㅋ 밀리의 서재 어플로 인간관계론이라는 E-Book을 다운받아서 읽었다.
UN 파병부대는 한국 휴일이 아닌 UN 공휴일에 쉬게 된다. 그러나 부대장 재량으로 UN에 허락하에 쉴 수도 있다. 예를들면 16진 때 설날 하루는 UN 허락을 받아 쉬었다.
또한 UN 규정 상 파병부대에는 정해진 일과가 없는 대신 요청 시 즉시 임무에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한빛부대는 여러가지 합리적인 이유로 한국 일과를 따랐다. 그래서 주말이나 야간에 갑자기 UN 요청이 들어와서 출동 한 인원은 평일에 전투휴무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남수단 2주 6일 차
이 날 크리스마스이브였다. 한국에서 다운받아온 해리포터 보면서 먹고 놀았다.
여자친구가 없어 다들 심심했기 때문에 UN 전투식량을 뜯어서 하나씩 먹어봤다. 맛없으니까 안에 과자, 빵, 잼, 젤리만 먹어라.
남수단 2주 7일 차
크리스마스여서 취사병들이 브런치 특식을 준비해 줬다. 랍스터였는데 양은 적지만 정말 맛있었고 전체적으로 맛있었다.
먹고 놀다가 크리스마스 기념 단결 행사를 진행했다. 음주가 허용되어 4인당 소주 1병 또는 1인당 맥주 1캔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12도짜리 맥주 500ml 1인 1캔이 가성비여서 다들 맥주를 선택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냉동으로 보급된 소고기, 삼겹살을 먹었는데 맛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밖에서 먹으니 날씨가 너무 더워서 입맛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3. 마무리
글을 계속 적으면서 나오겠지만 통신팀 간부님들에 관해 적으며 마무리하겠다. 모두 나에게는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으신 분들이었다. 지금도 종종 뵙고 싶다.
통신팀장님은 우리를 가끔 혼내기는 하셨지만 늘 외부로부터 지켜주셨다, 유선반장님은 외모, 근육과는 달리 따뜻한 분이었다, 전산담당관님은 말투와는 달리 속은 매우 따뜻하셨다, 무선반장님과 통신부사관님은 동네형처럼 친근하고 재밌어서 힘든 파병생활에서 의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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