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7주 차
1. 들어가기 전
2. 일상
3. 마무리
1. 들어가기 전
모든 내용은 절대 대한민국 국군, un 평화유지군의 의견이 아닌 고작 8개월 활동한 개인의 견해입니다.
일기를 중점으로 주단위로 글을 작성하려고 한다. 남수단에서 찍은 사진이 꽤 있으나 보안에 문제없는 사진만 올리려 한다.
군 관련 내용은 모두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내용만 작성하였으며 군기밀 내용은 블라인드 처리하거나 뺏다.
고정 출연 인물 정리
권씨(통신 유선병, 전역 후 호주에 거주 중)
정씨(TOD 운용병으로 함께 작전 수행함, 전역 후 소방공무원 준비 중)
K중사님 (의무대 AMB 수송관으로 함께 작전수행함, 늘 재밌고 친절했던 삼촌)
허씨(공병 통역병, 함께 작전 수행함, 전역 후 라섹함)
공병 3팀장님 (MSR 작전 지휘관, 내가 가장 존경하는 군인이고, 상관이고, 어른이다)
2. 일상
남수단 7주 1일 차
한국이 설날이기 때문에 단장님이 UN사령관에게 휴무를 요청해서 한빛부대는 오늘 휴일이었다. 생활관에 누워있다 정씨에게 갔는데 TOD 병사들끼리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TOD반장님이 들어오셔서 이야기를 하고 나가셨다. 사정을 들어보니 오늘 TOD팀, 본부 지형정찰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TOD병 1명이 지원과 업무 지원으로 갑작스럽게 못가게 것이었다.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정씨에게 내가 대신 가도 되는지 물어봤고 정씨가 바로 TOD반장님께 여쭤봤다. 그렇지만 "이미 인원과 시간이 지휘통제실에 보고 되어서 어렵다"라고 하셔서 나는 생활관으로 돌아다. 그런데 갑자기 행정장교님이 찾아오셔서 "너 씻었어?"라고 물어보셨고 나는 "5분 안에 바로 준비가능합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그럼 내가 보고할 테니까 같이 가자"라고 하셔서 통신팀장님께 보고 드리고 전투복만 입고 나갔다.
진중버스를 타고 주둔지 근처 UN World Food Program으로 갔다. 점심 먹을 시간이어서 바로 cafeteria에 갔지만 1시간 정도 기다려야 했고 그동안 World Food Program 부지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다 행정보급관님 주관으로 커피를 한잔씩 마셨다. 날도 더운데 뜨거운 커피가 나왔고 행정보급관님이 직원분께 얼음을 요청해서 차갑게 먹을 수 있었다(남수단에는 아이스커피의 개념이 없다).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데 계속 음식이 나오지를 않았다. 배고프고, 덥고, 커피는 다 떨어졌고, 파리 날아다니고...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를 때쯤 음식이 나왔다. 배고픈 마음에 이것저것 주워 먹었지만 내 입에 맞는 요리는 감자튀김과 콜라밖에 없었다. 햄버거는 패티가 맛있지만 번이 바게트보다 딱딱해서 입천장 찢어질 거 같았고, 피자도 다 식어서 딱딱하고, 오븐 치킨도 너무 퍽퍽했다. 다행히 행정보급관님이 부대에서 챙겨 온 핫소스가 있어서 먹을 수는 있었다. 나름 UN 직원 cafeteria여서 기대를 많이 했던 나는 아쉬움이 남았다. (심지어 카드 결제 안되면서 거스름돈은 없다고 올림으로 계산했다.)
바로 주둔지로 복귀하는 줄 알았는데 보르 지형 정찰을 갔다. 그리고 백나일강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내려 구경을 했다. 한국 시장처럼 생선, 음식, 물건을 파는 사람과 꽤 큰 나무 배 여러 대가 있었다. 그런데 비린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어지러웠고 다들 조금만 둘러보다 차량에 탑승했다. 보르 타운 쪽으로 이동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지나다니며 구경하니 판자촌 느낌의 상가에 휴대폰가게, 옷가게, 식재료 가게, 철물점 등등 별의 별게 다 있었다. 나는 시장에서 파는 요리도 먹어보고, 물건도 구매하고 싶었지만 행보관님께 제지당했다(제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장을 구경하는데 다리 한쪽이 없는 어린아이가 우리에게 돈을 달라며 기어서 쫓아왔다. 행보관님이 보지 말고 앞만 보고 걸으라고 하셔서 눈길도 주지 않았지만 잠깐 스쳐봤을 때 충격이 컸고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주둔지로 복귀했는데 발전기 고장으로 정전 중이었고 생활관은 찜통이었다. 너무 더워서 물을 엄청 마셨다.
남수단 7주 2일 차
전체 아침점호 때 참모장님이 부대의 큰 변동사항(블라인드)을 직접 공지하셨다. 그리고 명예훼손, 대상관 범죄로 조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어떠한 발언도 하지 말라고 하셨다.
MSR 작전의 꽃 TOB가 전개되었다. TOB전개를 하게 되면 조를 만들어 인원만 교대하며 휴일 없이 작전을 진행한다. 첫 TOB 전개이기 때문에 무선반장님이 먼저 투입하고 며칠 뒤에 나와 교대하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TOD반장님과 정씨도 작전에 투입되었다. 통신실로 출근했지만 무선반장님이 안 계셔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무선반장님 자리에 앉아(반쯤 누워서) 유선반장님 일하는 걸 구경하며 하루를 보냈다. 중간에 유선반장님이 "거기 앉아서 뭐 해..?"라고 물어봤지만 떳떳하게 "무선반장 직무대행 중입니다, 무선팀 업무 있으면 저한테 말하십쇼"라고 대답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의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셨다)
남수단 7주 3일 차
출근하자마자 위성장비 감명도 불량 제보가 있어 지휘통제실에 갔다. 장비설정을 바꾸고 작전지와 점검 교신을 했는데 신호 불량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테나 고장으로 인한 신호불량이 의심되었다. 유선반장님이 도와주셔서 먼저 안테나 선 단자를 교체했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또한 지붕 위에 올라가 안테나 각도도 바꿔봤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안테나 혹은 안테나 통신선 불량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일단 통신실로 돌아가 보고를 했다.
오후에 유선팀을 따라 ㅇ초소에 야전선을 깔았다. 빵통을 들고 뛰어다니니 순식간에 오후가 지나갔다. 통신실로 돌아오니 전산담당관님이 엑셀 함수로 업무 파일을 만들고 계셨는데 잘 되지 않아 내가 시도를 해봤다. 엑셀 함수를 모르는 나는 vba에서 열심히 매크로 코드를 짯다. 그러다 지휘관 시간이 되어 내일 다시 만들기로 했다.
남수단 7주 4일 차
아침에 출근해서 통신팀장님께 보고하고 혼자 위성장비를 조지러 갔다. 기존에 신호 불량이 있는 위성 안테나를 차량용 안테나로 교체하고 시험운용을 해야 했다. 지휘통제실 지붕 위에 올라가 안테나를 교체하니 신호가 잘 잡혔다. 그래서 지붕 위에서 1시간 정도 앉아 점검을 하는데 또 신호 불량이 발생했고 안테나 문제가 아니라 안테나 위치가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점심을 먹고 생활관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네이버 뉴스 1면에 한빛부대가 떴다. 들어가 보니 최근 한빛부대 (블라인드) 사건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제야 몇일 전 참모장님의 공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오후에 통신부사관님을 따라 통신 창고정리를 하러 갔다. 가는 길에 염소가 컨테이너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길래 "반대쪽으로 뛰어가서 염소 양쪽에서 몰아봅니까?"라고 했는데 대답 없이 바로 반대쪽을 향해 뛰어가셨다. 그리고 나도 바로 뛰어가서 중간으로 염소몰이를 했다. 염소들이 뇌정지가 와서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나 통신부사관님이 비켜줘서 염소들이 도망갔다. 다시 창고로 가서 안테나와 부수기재를 밖으로 빼는데 하늘에서 물이 떨어졌다. 뭐지? 하는 생각을 하며 옷을 봤는데 하얀색이었고 통신부사관님이 새똥이라고 하셨다, 오늘 새똥 한번 더 맞으면 바로 퇴근시켜 준다는 약속을 하셨다 ㅋㅋㅋㅋㅋㅋ
15시쯤 통신실로 복귀해서 전산팀에서 사용할 한셀 vba 매크로 코드를 짰다. 90% 정도 마무리가 되었고 퇴근을 했다.
남수단 7주 5일 차
아침에 단위대 간부님 진급 축하 다과회에 참석했고 과자를 먹었다. 그리고 출근하니 경비대 행보관님이 오셔서 "휴대용 위성장비 충전기가 고장 났다"하셨고 점검해 보니 충전 어댑터 고장이었다. 다행히 폐처리 예정인 어댑터가 창고에 있어 교체를 해드렸다. 그리고 작전지에 계신 무선반장님이 교대할 때 챙겨가야 할 장비를 알려주셔서 챙기고, 유선팀을 따라 부대를 돌아다니며 유선망 점검을 했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일부 동기들이 보이지 않았다. 몰래 맛있는 거 먹는지 확인하러 갔는데 다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복통, 구토, 미열, 오한 등이 발생한 동기가 많았고 행보관님도 장티푸스 의심으로 몇일 째 출근을 못하고 계셨다. 파병지에서 건강은 자기가 잘 챙겨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오후에 지휘통제실 지붕에 위성 안테나 위치를 옮기는 작업을 했다. 무선반장님이 작전지에 계셔서 유선반장님, 권씨와 함께 갔다. 안테나를 사열대로 옮기고 동축케이블을 새로 깔았다. 안테나를 사열대에 고정하기 전에는 신호불량이 조금 발생하기는 했지만 안테나를 고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판단해서 고정을 했다. 그런데 안테나 고정을 하고 나니 여전히 신호불량 증상이 있었다. 안테나도 다시 고정해 보고, 동축케이블도 짧게 해 보고, 연결 단자도 바꿔봤지만 신호불량은 여전했다. 결국 17시가 넘어 일단 정리하고 퇴근했다. 다음 주 월요일에 기존의 벌크 안테나를 정식 안테나로 교체해 보기로 하였다.
남수단 7주 6일 차
일기가 없다. 아 테슬라 주가 100$일 때 매수했다.
남수단 7주 7일 차
일기가 없다.
3. 마무리
17진에서 안테나를 고치는데 성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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