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8주 차
1. 들어가기 전
2. 일상
3. 마무리
1. 들어가기 전
모든 내용은 절대 대한민국 국군, un 평화유지군의 의견이 아닌 고작 8개월 활동한 개인의 견해입니다.
일기를 중점으로 주단위로 글을 작성하려고 한다. 남수단에서 찍은 사진이 꽤 있으나 보안에 문제없는 사진만 올리려 한다.
군 관련 내용은 모두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내용만 작성하였으며 군기밀 내용은 블라인드 처리하거나 뺏다.
고정 출연 인물 정리
권씨(통신 유선병, 전역 후 호주에 거주 중)
정씨(TOD 운용병으로 함께 작전 수행함, 전역 후 소방공무원 준비 중)
K중사님 (의무대 AMB 수송관으로 함께 작전수행함, 늘 재밌고 친절했던 삼촌)
허씨(공병 통역병, 함께 작전 수행함, 전역 후 라섹함)
공병 3팀장님 (MSR 작전 지휘관, 내가 가장 존경하는 군인이고, 상관이고, 어른이다)
2. 일상
남수단 8주 1일 차
오전에 주둔지 방호 훈련이 있었다. (블라인드)를 했다. 훈련이 종료되고 통신부사관님과 위성안테나를 정비하러 갔다. 저번주에 안테나 자체가 불량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다른 안테나를 교체하고 결선을 했지만 별차이가 없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됨을 깨닫고 동축선이 주위 전파간섭을 받거나 길이가 너무 길어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여분선을 자르고 최대한 짧게 만들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신호가 잘 잡혔다. 그래서 기분 좋게 자체 퇴근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을 먹고 다시 출근을 했는데 신호가 잘 잡히고 있었다! 결국 지휘통제실 지붕에 드릴로 구멍을 뚫은 뒤 선을 정리했다. 그리고 난 뒤 다시 위성장비를 확인했는데 또 신호가 안 잡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자 접촉불량 조치도 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안테나 위치를 지붕으로 이동시켰더니 신호가 잡혔고 마무리하고 퇴근을 했다. 진짜 너무 피곤한 하루였지만 해결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남수단 8주 2일 차
아침에 말썽이던 위성장비를 확인하러 갔는데 또 신호불량이 발생해서 멘탈이 터졌다. 결국 안테나를 다시 바꿔보기로 했고 유선반장님과 지휘통제실 안에서 통신선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휘통제실 분위기가 바뀌더니 주요 직위자들이 모두 뛰어왔다. 작전지에 (블라인드) 사고가 발생했던 것이었다. 지휘통제실에서 한국의 합동참모본부와 연락을 원했고 다행히 그 자리에 있던 나는 바로 위성전화를 준비해서 인계하였다. 그리고 통화하는 동안 지휘통제실 모니터에 작전팀의 위치를 띄워 보여줬다. 지휘통제실이 상황회의로 분주해져서 작업을 오후로 미뤘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 다시 갔는데 신호가 완전히 죽어버렸다. 통신선을 결선한 부분과 접촉불량이 의심되는 단자 부분을 모두 테스터기로 찍어봤지만 문제가 없었다. 유선반장님께서는 안테나 위치가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붕에 올라가서 안테나 위치를 바꾸니 다시 신호가 잡혔다.
그리고 지휘관시간에 MSR작전이 중단되어 내일 교대인원은 모두 투입 취소되고 작전지에 인원들은 모두 복귀한다고 하셨다. 복귀해서 함께 단합 활동, 훈련, 안전교육을 진행한다고 하셨다. (이때 작전 투입 안 하는 줄 알고 좋아했음)
그렇게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공지방에 내일 복귀작전 A안 B안이 올라왔다. 모든 인원이 철수하게 되면 TOB에 물자와 장비를 지킬 사람이 없기 때문에 현지경찰의 협조가 되지 않을 경우 최소한의 인력은 TOB에서 경계작전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그 인력에 나와 TOD병이 포함되어 있었다.
남수단 8주 3일 차
아침 일찍 일어나 며칠 동안 입을 옷, 생필품, 총기, 장비를 챙겼다. 이때만 해도 난 현지경찰이 협조해 줘서 당연히 복귀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 가족, 친구들에게 며칠 동안 연락이 안 될 수 있다는 문자를 남기고 급수차 조수석에 타서 작전지로 이동했다. 급수차 운전관님은 최근에 레바논 파병을 마치고 바로 남수단으로 오신 분이었다. 그래서 이동하는 동안 레바논 파병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스타벅스도 있고 맥도날드도 있다고!

몇 시간을 달려 TOB에 도착하니 기존 작전인원들은 다들 눈이 반쯤 풀려있었고 그 사이에서 피곤에 쩔어계신 무선반장님도 뵐 수 있었다. 무선반장님은 나를 보며 "고생 많을 거다 ^^"라는 말을 남기고 재빠르게 복귀차량을 탑승하셨다. 짐을 풀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복귀차량은 떠나 있었다.


천막 안에서 점심으로 전투식량을 먹고 있는데 3팀장님께서 "슬프지만 현지경찰이 협조를 거부했고 ㅇ기간 동안 경계작전을 하게 됐습니다"라고 하셨다. 그리고 이어서 안전교육, 근무 복장, 경계 근무 편성을 해주셨다. 야간에 근무하게 된 나와 TOD병은 TOB 컨테이너로 들어갔으나 달궈진 컨테이너는 너무 더워서 천막 아래에서 앉아 먼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과 정신의 방
저녁이 되어 레트로트 음식을 먹나 했지만 사기진작차원에서 3팀장님께서는 TOB에 있는 식재료를 이용해 조리해 주셨다. 간단했지만 정말 맛있었고 그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다만 야외에서 먹다 보니 파리가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야간동안 별일 없이 경계근무를 마쳤고 TOD병이 장비를 사용해 가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슬쩍 본 밤하늘은 아쉽게도 구름이 많아 별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남수단 8주 4일 차
아침 매우 일찍 일어나서 약식 점호를 했다. 야간 근무인 나는 TOB 컨테이너로 들어가서 다시 잤다. 자고 있는데 등에 땀이 차며 점점 더워져 일어나니 09:30이었다. 어차피 더워서 잘 수도 없고 심심했던 나는 TOB 컨테이너 출입구 문이 잘 안 닫히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바로 페트병, 케이블 타이를 사용해 문이 스스로 닫히게 만들었다. 작업을 하는 동안 드릴로 문에 피스를 박았는데 소리 때문에 TOD병이 자다깻고 함께 전투식량을 먹었다.
점심에 몇 발의 총성이 울려 야외 활동 시 전인원 장구류를 착용해야 했다. 그렇지만 장구류를 벗고 컨테이너 안에 있는 것보다 장구류를 입고 밖에 나와있는 게 더 시원해서 밖에 나와있을 수밖에 없었다. 무선장비 옆에서 딴생각을 하며 오후를 때웠다.
+ 중간에 발이 계속 간지럽고 습진 같은 게 생겨 의무팀에 가니 전투화를 계속 신고 있어 무좀이 생긴 거라고 하셨다..., 바르는 약을 처방받았다.
저녁에 레트로트 음식을 먹었다. 공병대 간부님들이 미리 뜨거운 물에 준비를 해주셔서 바로 먹을 수 있었고 너무 감사했다. 햇반, 볶음김치, 치킨가라야케?, 명태콩나물국을 먹었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다른 음식은 안 들어가고 볶음김치만 먹었다. 나는 한국인이 맞는거 같다. 그리고 3팀장님 주관하에 근무인원을 제외하고 밖에 모두 모여 소통공감 시간을 가졌다. 그 와중에 TOB 근처 화재가 발생해서 대비를 했다.


야간에 근무가 끝나고 TOD병과 함께 TOD 차량에서 컵라면을 먹었다. 전투식량에서 빼둔 볶음김치와 같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남수단 8주 5일 차
약식점호를 하고 자고 있는데 더워서 깼다. 또 아무 생각 없이 있다 점심으로 전투식량을 먹었다.
오후에 TOB 컨테이너 안에 누워있는데 너무 더워서 자지는 못하고 계속 뒤척이고 있었다. 그런데 TOD병이 가져온 휴대용 선풍기를 선뜻 양보해 줬고 그나마 잠들 수 있었다. 그런데 낮에 자보니 TOB 컨테이너가 해군 선실 같았다. 움직이다 자주 부딪힐 정도로 매우 좁고, 더워서 답답하고, 흔들려서 멀미 나고...
저녁 식사로 레트로트 음식을 먹고 군의관님이 나, 의무병, TOD병에게 개인식기청소 몰아주기를 하자고 제안하셨다. 가위바위보를 했고 군의관님이 지셔서 4명의 설거지를 혼자 하셨다ㅋㅋㅋㅋㅋ... 옆에서 구경하던 다른 간부님들과 3팀장님께서 병들이 대위한테 하극상하는 광경은 처음이라면서 웃으셨다 ㅋㅋㅋㅋㅋ... 군의관님은 대위셨다...
저녁 근무 전 손빨래를 하고 누워있는데 (블라인드) 상황이 발생했다. 각자 임무를 수행했고(무선장비는 급할 때 늘 작동이 안 된다) 3팀장님께서 미리 승인을 받아두셔서 공포탄 사격은 허용이 된다고 무전하셨다. 그리고 다른 방법을 시도하다 끝내 공포탄이 발포되었고 이렇게 끝날줄 알았다. 그러나 짧은 시간뒤에 또 (블라인드) 상황이 발생했고 모두 당황했다. 그렇지만 3팀장님의 빠른 판단하에 무전으로 실탄 발포를 승인하셨고 위협사격을 진행했다. 이후 상황이 진정 될 때쯤 몽골군도 사격승인을 받아 협조를 했다. TOB 인원들은 긴장한 채로 밤을 새웠다.
+육사 출신 3팀장님의 대비능력, 판단능력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남수단 8주 6일 차
밤사이 수차례의 실탄 발포가 있었다. 아침 점호 때 3팀장님께서 몽골군이 수습한 현장과 앞으로 있을 일에 관하여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오늘 몽골군 작전팀이 교대하는 날이여서 몽골군의 제안으로 다 같이 사진을 촬영했다. 처음에는 몽골군 좌측, 한국군 우측에 서서 촬영을 했지만 3팀장님께서 함께 섞어서 찍자고 제안했고 위치를 바꿔 다시 찍었다. 그리고 airdrop으로 사진을 받았다.

아침을 먹고 UN 직원, 한빛부대 주요직위자, 몽골군 주요직위자들이 현장 조사를 위해 TOB에 온다고 했고 우리는 급하게 청소를 했다. 3팀장께서는 어제 상황과 조치를 보고하시느라 바쁜것 같았다. 조사단에서 자고 있는 TOD병을 깨워 상황을 진술받고 TOD 영상과 바디캠 영상을 회수해갔다. (아 그리고 시발 한국군은 땡볕에 탄피찾으러 돌아 다녔다, 탄피에 미친새끼들 / 아 실탄 사격은 선조치 후 보고였다.)
현장조사단이 돌아가고 밖에 앉아있는데 또 총성이 울렸다. 이제는 놀라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TOB안으로 들어가서 장구류를 착용했다. 아마 사냥꾼들이 사냥중 발포한거 같았다.
전투식량에 질려가는데 공병대 간부님들께서 점심으로 짜파게티를 끓여주셨고 너무 맛있게 먹었다. 아침부터 자다 깨서 정신없었던 나와 TOD병은 딥슬립을 했다.


저녁을 먹고 다시 근무를 했다.


남수단 8주 7일 차
아침에 깨서 전투식량을 먹고 누워있는데 갑자기 주임원사님과 행보관님 등 우르르 오셨고 TOB와 현장 사진을 찍으셨다. 그리고 우리들의 엄마인 행보관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행보관님은 더위, 음식, 위생상태 등 작전지 상태를 보고 조금 충격받으신듯했다. "고생이 많다, 주둔지에서 보자"라는 힘이 되는 격려를 해주시고 돌아가셨다.
점심에 전투식량 발열팩을 당긴 찰나 현지인 2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찾아왔다. 허씨가 통역 지원을 갔지만 대화가 되지 않았고 3팀장님께서 UNMAS 현지직원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대충 들은 이야기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넘어져 병원에 가는 길인데 응급조치를 해줄수있는지 물어봤고 무선장비로 지휘통제실 보고 후 승인 받았다. 이어 군의관님이 부목을 대고 붕대를 감아 고정하셨다.
저녁에 몽골군 물이 다 떨어져 지원 요청을 했고 공병대 간부님들이 급수 해준다고 고생하셨다.

3. 마무리
TOB는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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