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24년은 호주로 시작한다. 원래는 혼자 세계 배낭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오랜 친구인 문씨에게 납치당했다.
여행과 정착은 준비부터 너무 달랐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남수단에서도 자급자족하며 거주(?) 했기에 두렵지는 않다.
깨끗한 여권 (관용여권 발급받으며 VOID 처리해서 재발급)
최근 6개월 이내 증명사진
Working Holiday visa (subclass 417)
영문잔고증명서
코로나백신증명서
비행기 예약
국제학생증
두툼한 지갑
비자 신청
스키장에서 퇴사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말만 하고 실행을 하지 않는 문씨, 박씨를 끌고 증명사진을 찍었다. 찍은 증명사진을 들고 바로 여권 발급 신청을 했다. 이 멍청한 두 명은 기존여권의 영문성명 철자를 기억 못 해서 여권담당 공무원이 힘들어했다. 여권이 급했던 우리는 등기수령을 선택했는데 박씨가 혼자 멍청하게 방문수령을 신청했고 집으로 돌아가다 다시 시청으로 갔다. 여권 담당 공무원이 화병 난 거 같았는데 살인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아쉽다.
3일 뒤에 여권이 도착했고 우리는 바로 함께 모여 여권, 운전면허증, 영문잔고증명서, 영문병적증명서를 스캔하고 비자 신청을 했다.
비자를 신청할 때는 아래 블로그를 참고했다.
https://bit-the-market.tistory.com/entry/호주로-워킹홀리데이-떠나기-준비편-마지막
https://blog.naver.com/strider__/223268488898
다만 최근에 군복무여부, 군복무 중 군사훈련 관련 질문이 추가되어 각자 기입했다. 멍청한 박씨가 육군 기초군사훈련 기간을 2022.05~2022.06으로 해야 하는데 ~2023.06으로 했지만 비자가 잘 발급된 걸로 봐서 크게 중요하지는 않은 거 같다.
또한 나는 무정부상태인 남수단 거주 기록을 추가로 기입했는데 비자가 잘 발급된 걸로 봐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 거 같다.
마지막으로 비자 발급비용 결제를 하는데 멍청한 박씨, 문씨는 해외카드가 없어 내 카드를 빌렸다. 이때부터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
비행기 예약
비자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확신이 있기에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나와 문씨는 비자가 발급되는 데로 다음날 비행기표를 구매해서 준비 없이 최대한 빨리 가고 싶었지만 멍청한 박씨가 여자친구와 100일은 꼭 함께 있고 싶다고 고집부려서 4월 27일 이후로 출국이 정해졌다. (어차피 곧 헤어질 듯) 원래는 호주 항공사인 JETSTAR에서 특가 프로모션을 해서 직항을 25만원에 탈 수 있었다. 그런데 멍청한 내가 할인 기간을 헷갈렸고, 멍청한 박씨가 여자친구를 만나러 서울에 갔다 온 사이에 할인 기간이 끝나버렸다. 결국 시간 빌게이츠인 우리 셋은 skyscanner에서 직항이 아니더라도 가장 저렴하게 가는 비행기표를 찾아봤다. 결국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샤먼항공이라는 항공사를 이용해서 중국에 경유한 뒤 시드니로 가는 비행기표를 30만원에 예매했다. 나도 중국 경유는 처음이라 무서운데 안 좋은 일이 발생해도 멍청한 두 명과 함께 나락 가기 때문에 다른 의미로 든든하다 비행기 오버부킹돼서 셋 중에 한 명 중국에 버려지면 좋겠다
비자 신체검사
이후 비자신체검사를 신청했다. 서울 3개 병원, 부산 1개 병원 중 선택을 해야 했는데 가장 빨리 검사가 가능한 부산해운대백병원으로 예약을 했고 15일 뒤에 비자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다.
병원 근처에서 점심을 먹어야 했는데 메뉴를 고민하다 눈앞에 있는 분식집에 들어갔다. 이제는 형곡동 할매떡볶이에서 1000원짜리 컵떡볶이를 노나 먹던 가난한 중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맛있어 보이는걸 모두 주문했다(Undergo 했음! 힙해보이나요?). 다 먹고 나니 분식집에서 천막 사이로 애슐리가 보였는데 뭔가 폴리처 작품 느낌이 나서 사진을 찍었다.
신체검사는 헬스폼&코로나백신증명서 제출, 피 뽑고, 시력검사, 흉부 x-ray찍기 등 1시간 정도 소모되었다. 중간중간에 대기가 많아서 호주에 가는 옆자리 사람과도 이야기를 잠깐 나눴다. 나는 옆자리 사람과 연락처를 교환하려 했는데 대인기피증이 있는 문씨가 얼굴이 점점 빨갛게 변하더니 터지려 하길래 그냥 넘어갔다. 신체검사를 끝내고 나왔는데 먼저 끝난 박씨가 우즈베키스탄 아저씨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충 이야기 들으니 비자 결제를 하지 않고 신체검사를 하러 오신 거였다. 그래서 대충 결제하는 방법과 헬스폼 프린트 하는 곳을 알려줬던 걸로 기억한다. 신체검사 다음 날 바로 비자가 승인되었다.
호주 스키 패트롤 job
이제 우리는 일자리를 찾아봤다. 문씨는 계절이 반대인 호주에서 스키를 타고 싶어 했기 때문에 3명 전부 호주 스키장 패트롤에 지원했다. 호주는 한국과 달리 파트타임 알바라도 resume(이력서), Cover Letter(자기소개서)를 요구했다. 문씨는 문과이기 때문에 학교 교양으로 작성 방법을 배운 적이 있지만 멍청해서 전부 까먹었다고 했다. 그래서 대학 교수님의 도움을 받기 위해 연락했지만 안읽씹 하셨다. 결국 우리는 구글과 chatgpt의 도움을 받아 급조했다. 그리고 용평리조트 경력증명서와, 스키장협회 기초패트롤 자격증을 그럴 듯(?)하게 직접 번역하여 첨부했고 Perisher, Thredbo, Hotham, Charlotte Pass, Selwyn 스키장에 서류를 넣었다.
정신병1
영어 공부, 파병 일기 작성, 패트롤 일기 작성하는 일상이 무한 반복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았다. 심지어 이 당시 침대에 누우면 남수단에서 PTSD, 스키장에서 스트레스받았던 일들이 떠올라 잠에 들지도 못했고 미쳐가고 있었다. 하루종일 우울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호주도 귀찮고... 그러나 문씨의 도움으로 그린패트롤 정모에 자연스럽게 껴서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고 다시 정모 하면 이씨랑 배씨랑 싸울 듯, 박씨의 도움으로 오랜만에 서울에서 친구들과 재밌는 시간을 보냈고, 김씨의 도움으로 대전에서 정신 나간 시간을 보냈고, 백씨의 도움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정신병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나는 오랜 친구들이 좋다.
호주 스키 패트롤 job 면접
호주 입장에서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여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처참할 줄은 몰랐다. 먼저 Thredbo 스키장에서 '니네 경력이 짧아서 안돼, 무료 봉사 패트롤이나 해'라고 답장이 왔다. 그리고 Charlotte Pass에서 우리 3명에게 화상 면접을 하자고 제의를 했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이 들어 정말 열심히 준비를 했다. 급하게 영어 공부를 하며 예상 질문을 만들어 답변 스크립트를 준비했다. 다행히 3명 모두 면접동안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고 분위기도 좋아서 조금 기대를 했으나 3명 모두 탈락했다. 친구인 김씨가 '멀쩡한 호주인 두고 yellow monkey를 왜 뽑냐'라고 놀렸는데 맞는 말이라서 수긍했다.
Charlotte Pass 스키장 패트롤 인터뷰 내용
면접관: 너 자신을 소개해봐
나: 인터뷰 보게 해 줘서 ㄱㅅ, 이름 국적 소개, 충남대학교 휴학, 군 복무 중 파병 감, 전역하고 용평리조트에서 패트롤로 근무함
면접관: 얼마나 근무했어?
나: 한 시즌
면접관: 너 패트롤 자격증 있어?
나: ㅇㅇ basic 패트롤 자격 있어, 2주 동안 패트롤 교육받았고, 파병 때 TCCC 응급처치 교육도 받았어
면접관: 너 다른 스키장도 지원했어?
나: ㅇㅇ 근데 면접까지 초대해 준 건 너네밖에 없어 ㄱㅅ
면접관: 너 만약 여기 떨어지면 우리 계열사 스키장인 Selwyn에서도 면접 보게 해 줄까?
나: ㄹㅇ? ㄱㅅ
면접관: 질문 있어?
나: 호주에서 일하려면 호주 패트롤 교육 이수해야 돼?
면접관: ㄴㄴ 한국 패트롤 자격 있으면 ㄱㅊ , 이후 호주 패트롤 급여, 근무시간, 근무기간, 근무환경 3분 동안 설명
면접관: 너 비자 있어? tourlist야?
나: ㅇㅇ 워홀비자 있음.
면접관: ㅇㅋ 담주에 결과 메일로 발표해 줄게, 꼭 다시 보면 좋겠다~
아직 3개 스키장에서는 연락이 안 왔지만 떨어졌다 생각하고 광산 job을 찾아보고 있다. 문씨는 아직 정신 못 차리고 스키 리조트 청소부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광산 job에 로망이 생긴 나는 정말 재밌을 거 같아서 기대하고 있다. 광산 무너져서 매몰되면 재밌을 거 같다 ㅎ 그래도 호주에서 돈 탕진하고 빈털털이로 귀국해서 거지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용평리조트 패트롤인 H대리님이 골프장 코스관리 오라고 제안해 주셔서 걱정을 좀 덜었다.
내 차 판매
사실 호주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고, 호주에서 충분한 유동자산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나는 차를 팔기로 결심했다. 4월 1일에 당근마켓에 글을 올렸고 대구에 사는 한 20세 남학생이 구매를 하려 했고 모든 게 다 잘 맞아서 거래를 하기로 했다. 판매 전날 18시에 학생 부모님과도 이야기가 잘 돼서 모든 게 잘 풀릴 줄 알았다. 그런데 판매 전날 23시에 갑자기 문자로 구매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 멘탈이 터져버렸다. 사실 금액 조정을 요청했으면 충분히 이해했겠지만 성인이 책임감 없이 계약불이행하는 모습, 예의 없는 일방적인 문자 통보에 너무 화가 났다. 여튼 화를 꾹꾹 누르고 처음부터 다시 차를 살 사람을 찾았고 여러 사람들을 거쳐 차를 판매하기로 했다.
정신병2
차 판매로 인해 다시 정신병에 걸리고 말았다. 위의 남학생을 믿고 연락온 사람들에게 차를 보여주지 않은 나 자신에게 화가 났고 남학생에게 배신감이 들었다. 심지어 20일 안에 새로운 구매자를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생겨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렇게 매일을 분노와 걱정으로 보내는데 아버지가 "출국까지 차 안 팔리면 내가 대신 팔아줄게"라고 하셨고 귀찮은 일을 떠 넘기는 거 같아 미안했지만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친구인 양씨가 "처음 보는 사람을 믿은 너가 잘못한 거야, 그래도 작은 계약에 이런 경험을 해서 다행인거지, 앞으로 안 그러면 되잖아"라고 위로해 줘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결국 구매자를 찾았지만 아직 계약일까지 며칠 남았기 때문에 정신병에서는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호주 집을 찾아서
차로 인해 정신병에 걸려 분노와 배신감으로 매일을 보내니 출국까지 10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준비를 해야 해서 박씨, 문씨와 모여 집을 찾았다. 박씨는 저렴하고 도심에 있는 백팩커스를 생각했고 나는 3명이면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도심과 살짝 떨어진 곳에 집을 렌트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대화를 나눴다.
1. 집은 잠만 잘 수 있으면 된다 - 나, 문, 박
2. 최대한 저렴하게 (벌레 따위는 괜찮다) -나, 박
3. 호주에서 계좌, 세금번호를 발급받는데 걸리는 2주~4주 정도는 어차피 놀자. - 나,문,박
4. 일자리를 구하고 일자리 근처 집을 렌탈하자. - 문
5. 우리는 한 달 정도 일하고 또 이동할 수도 있다. - 박
그래서 호주 문화를 전혀 모르는 우리는 Flatmate에서 한 달만 집 렌트가 가능한지 알아봤고 집 전체를 빌렸을 때 거주인원에 따른 추가요금이 있는지 물어봤다. 답은 통념상 '최소 3달이며 거주인원에 따른 추가요금은 없다'였다.
한 달 뒤에 다른 곳으로 떠날 수도 있고, 시드니 지역 정보도 모르고, 렌트 시세도 전혀 모르며, 보증금 반환에 대한 문제로 결국 일단 1주 동안 백팩커스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공양의 소개로 워홀 중인 고등학교 선배를 알게 되었고 여러 방면으로 호주 정보를 알게 돼서 도움이 되었다.
+ 호주 렌트숙소에서 대중교통 타고 본다이비치까지 가는 시간과 자전거 타고 가는 시간이 비슷해서 스쿼트를 하며 엄복동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