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3주차
1. 들어가기 전
2. 일상
3. 마무리
1. 들어가기 전
모든 내용은 개인의 주관입니다.
2. 일상
호주 3주 1일 차
새벽 5시에 문씨가 출근하기 전에 미고랭을 끓여 먹었는데 냄새와 소리 때문에 깼다. 일어나서 죽일까 고민했지만 물 한잔 마시고 다시 잤다. 아침 8시에 씻고 서류 내러 스프링쿨러 회사로 출발했다. 저번에는 google maps 보고 기차를 잘못 타서 지각했지만 이번에는 opal 어플을 사용해서 잘 도착했다.
사장님께 연락드리니 면접 때 갔던 카페로 오라고 하셨다. 그리고 이것저것 조언("네가 왜소하기는 한데 굶어 죽기야 하겠냐"라고..) 해주시고 안전모, 조끼, 장갑을 사서 수요일부터 현장으로 가면 된다고 말해주셨다.
헬멧과 조끼를 사기 위해 20분 정도 걸어 리드컴 kmart에 갔다. 그런데 조끼는 있는데 안전모는 없었다. 일단 배가 너무 고파서 fresh chicken spot이라는 곳에서 9.5불에 치킨 반마리+감자튀김+콜라 세트를 저렴하게 먹었다. 결국 안전모와 장갑은 리드컴 타일 자재상에서 구매했다.
문씨가 저녁에 스트라스필드에서 렌트집 매물을 찾아서 통화를 하고 내일 인스펙션을 가기로 했다.
호주 3주 2일 차
집에서 놀다가 내일 출근을 준비했다.
저녁에 새로 렌트 할 집을 보러 갔다. 원래 3명이서 함께 가야 하지만 문씨가 피곤하다고 죽는소리 내서 박씨와 둘이 갔다. 집 상태는 습기 때문에 카페트, 화장실에 일부 곰팡이가 있는 것 빼고는 괜찮았다. 화장실 곰팡이는 청소업체 불러주신다 했다. 어떻게 계약할지 이야기를 나누다 take over 계약서를 쓰면 중개인한테 제출하고 승인되면 보증금을 내기로 했다. 그런데 박씨와 집 가는 길에 연락이 와서 가계약금을 달라고 해서 신분증 받고 보내드렸다. 집에 돌아오니 이미 문씨는 자고 있었다.
호주 3주 3일 차
아침 5시 20분에 일어나 준비한 뒤 6시에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99% 외국인들이었고 정말 유튜브에서나 봤던 그런 건설현장이었다.
현장책임자분께 전화하니 할아버지가 나오셨다. 커피를 사주시고 induction을 위해 이리저리 도와주셨다. 그런데 induction이 안 돼서 site 관리자(얼굴은 트럼프같이 무섭게 생긴 할아버지인데 성격은 졸라 귀엽다)에게 이야기했는데 7시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기다리는 중에 내 사수 마이클이 왔고 인사하고 일을 시작했다.
내가 당장 할 줄 아는 일이 없어서 나를 데리고 넓은 현장을 설명해 주시고 근무시간과 식사시간을 말해주셨다. 점심시간은 30분이고 퇴근시간은 14시 30분이며 급여는 7시간 x 31$이었다. 오늘 오전에는 배관이 모두 완성된 1층에 물 넣고 압력 시험만 하면 됐다. 그런데 펌프로 물을 넣으니 이전작업자의 실수로 2곳에서 물이 샜다. 나는 일하는 법을 몰라서 사다리만 옮겨드리면 됐고 중간에 파이프를 나른 것 빼고는 한 게 없다.(이때 마이클 아저씨가 현지 자재직원과 이야기하는데 영어 실력이 엄청났다.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거나 문법이 완벽한 건 아닌데 스피킹과 리스닝이 너무 자연스럽고 빨랐다. 여쭤보니 호주에 27년 사셨고 지금은 호주 국민이라고 말해주시며 나에게 BBC뉴스(미국동부표준발음)로 리스닝 공부를 하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10시 30분에 coles에서 5$에 구매한 샌드위치로 lunch room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일을 시작했다. 다행히 더 이상 물이 새지 않아서 2층으로 올라갔다. 위에서는 설계도 보는 방법과 배관 종류에 대해 알려주셨다. 그렇게 어물쩡거리다 14시 10분에 정리를 하고 퇴근했다. 버스를 타고 퇴근하는 중에 내가 출퇴근할 때마다 하버브리지를 건넌다는 걸 알게 되었다.
퇴근 후 누워서 쉬다 새 집 입주 날짜를 상의했다. 그리고 저녁을 일찍 먹고 헬스를 갔다 왔다. 문씨와 박씨 모두 저녁을 먹고 20시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각종 서류를 첨부(호주에서는 돈만 있다고 렌트를 할 수가 없다. 내가 돈 떼먹을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신분증, 비자서류, 회사추천서, 은행잔고증명서, 이전 렌탈 계약 서류 등을 첨부해야 한다.)하느라 피곤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처음 보는 생소한 계약 단어들, 6장이나 되는 분량, 아이패드 오류, 잔고증명(서로 돈을 몰아주며 잔고 뻥튀기하는데 중간에 송금 한도에 걸려서 문씨 아버님이 500만 원을 빌려주셨다), 각자 빨래, 샤워, 식사로 할 일이 너무 많았지만 다들 잘 도와줬다. 문씨는 울릉공에서 일하고 19시 30분에 돌아왔지만 번역에 잘 협조해 줬다. 박씨는 아이패드로 열심히 계약서를 작성했다. 내일 5시 30분에 일어나야 하는데... 23시 30분에야 잠들 수 있었다.
호주 3주 4일 차
아침 5시 40분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 어제는 첫날이라 06시 버스를 탔지만 이제는 여유롭게 06시 20분에 버스를 탔다. 출근길에 bbc 뉴스를 보며 공부하고 싶었지만 부동산에 제출할 서류를 정리해야 해서 시간이 없었다.
06시 45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앉아서 쉬고 있는데 현장소장님이 "너 혹시 토요일에도 일할래...?"라고 물어보셨다. 대신 시급이 기존 2배이고 점심까지만 일하면 된다고 하셨다. 일이 힘들지도 않고 토요일 오전에 늦잠 안 잔다고 생각하면 개꿀이라는 생각이 들어 3초 만에 하겠다고 대답했다.
마이클 아저씨가 오시고 작업을 시작했다. 사수분이 부속 이름도 잘 모르는 나를 가르치면서 일하다 보니 하다 보니 속도가 안 났다.. 그리고 DA FIRE(설계 회사)의 개 같은 도면으로 2700mm 천장(bed room, living room)과 2400mm 천장(toilet, laundry room)이 만날 때마다 배관을 자르고 엘보우 부속을 다시 연결해야 해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작업 속도는 느렸지만 점심시간이 되어 칼같이 식당으로 이동했다. 오늘 난 컵라면, 사수분과 소장님은 도시락, 배 형님은 lunch room에서 fish and chips를 주문해서 먹었다. 감자튀김을 나눠주셔서 먹었는데 소스가 너무 맛있었다.
점심 먹고 잠깐 쉬는데 마이클 아저씨가 "네가 일을 배워서 오래 같이하면 좋겠다, 짧게 할 거면 일 안 배우고 잔심부름만 해도 돼~, 그런 애들 많아"라고 하셨다. 나는 '도둑질 빼고 배워놓으면 다 좋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대로 배워보겠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앉아서 영어 실력 이야기도 하고 코딩 이야기도 나눴다. 일반인보다 IT관련 지식을 너무 잘 알고 계셔서 조금 놀랐다.
다시 작업을 하는데 이제는 내가 직접 작은 배관들을 조으고 천장에 앙카를 박고 페어밴드를 설치해서 고정했다. 아직 미숙해서 정말 많이 느렸지만 사수분께서는 열심히 한다고 칭찬해 주셨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 14시 30분에 퇴근했다.
집에 돌아와 쉬다가 abn(호주 개인사업자) 발급과 세금에 대해 조금 알아봤다. 그리고 회사 사장님께 전화드려 집 렌트를 위한 추천서 써달라고 부탁도 드렸다. 박씨와 문씨가 돌아와 추가 서류를 한 번 더 검토하고 제출했다. 다들 피곤해서 그런지 건조기 순서 때문에 트러블이 잠깐 있었지만 싸움을 싫어하는 문씨여서 그냥저냥 넘어갔다. 친구들과 각자 회사 이야기를 하며 잠들었다.
호주 3주 5일 차
아침에 일어났는데 계약문제로 며칠간 피로가 쌓여서 그런지 좀 피곤했다. 출근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길을 잘못 들었다. 그래도 늘 여유롭게 일찍 나와서 버스를 놓치지는 않았다. 출근길에 Arirang news를 봤는데 경제 전문 용어가 나와 너무 어려웠다.
사이트에 도착해서 일을 시작했다. 파이프를 옮겨서 정리하고 필요한 자재를 찾으러 지하를 오가다 보니 순식간에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에 컵라면(2$)만 먹는데 소장님께서 오이무침을 나눠주셨다. 그리고 요즘 우리 현장은 문제없는데 다른 현장 문제로 회사가 적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배 형님께서 적자라고 너무 열심히 일해주면 우리가 밑지는 장사니까 아주 쬐끔만 더 일해주자고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수분과 세금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ABN은 무조건 35% 세금을 내는 줄 알았는데 법인이 아니라서 소득별로 내는 거라고 하셨다. 나는 많이 내야 10%..?) 오후 일을 시작했다.
오후에 정말 시간이 느리게 갔다. 피곤한데 설계도를 보니 어지러웠다. 작은 파이프 몇 개 달고 있는데 사수분께서 자재 용어(Nipple, Bushing, Through Bolt, M&F, Elbow, 파이프 외경 내경 규격)를 설명해 주시고 파이프 머신으로 cutting 하는 방법과 thread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현장이 바쁜 와중에도 1시간 정도 계속 알려주셨다. 그리고 파이프머신은 고장 나도 되니까 장갑이나 이물질 끼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뒤로 빠진 뒤에 다른 직원 부르라고 하셨다.
퇴근한 뒤 혼자 coles에서 장을 봤다. 이후 통신사 요금제와 ABN 세금 좀 찾아보고 FIFO(광산) 일자리와 어떤 자격증이 필요한지 알아봤다. 밀린 일기를 쓰고 잠들었다.
호주 3주 6일 차
토요일인데 출근을 했다. 아침에 버스 타는데 평일보다 사람들이 적었다. 도착해서 앉아있는데 평소에 먼저와 계시는 소장님과 배형님이 안 계셨다. 그래서 사수분에게 여쭤보니 두 분은 주말에 일 안 한다고 하셨다. 평소보다 출근인원이 적기 때문에 복도 쪽 배관을 연결했다. 다만 32,25 부싱 자재가 없어서 그냥 다른 부분부터 했다. 그렇게 삼 감고, 설계도 보며 배관 찾고, 정리하다 보니 점심시간이었다.
유통기한이 어제까지인 샌드위치 먹고 다시 일하니 남은 부분을 다 연결했다. 그리고 퇴근까지 1시간 정도 남았는데 파이프 머신을 연습할지 옆방에 잘못 설치된 파이프를 고칠지 고민하다 옆방을 고치기로 했다. 낮게 설치된 중간 배관을 잘라서 m&f부속을 끼우고 높게 만드니 12시 15분이었고 천천히 주변정리하고 퇴근을 했다. 그렇게 버스 타고 시드니시티로 돌아가니 13시가 넘어있었다. 퇴근길에 타운홀 번화가에 늘 보이는 1층 야외 대형커피숍이 있는데 나도 여기서 자연스럽게 커피 한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아마 주말이라 혼자 작업복 입고 있어서 그랬는 듯) 집으로 가는데 "오늘 열심히 일했는데 아메리카노 한잔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주변을 돌아다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서 마시며 집으로 갔다.
집에 오니 문씨가 coles 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나는 누워서 쉬었다. 그리고 박씨도 일찍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이사 갈 새 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스터룸, 일반룸, 거실 각자 가격을 어떻게 정할지와 누가 어떤 방을 쓸지였다. 수차례의 고민 끝에 290,280,210을 하기러 하고 나는 거실에 살기러 했다. 또한 가구는 어떤 걸 살지, 식기류를 어떻게 할지, 거실을 꾸밀지 등 2시간 토의 후 집 결정은 끝나고 내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지금 너무 여기 온 의미가 없어진 거 같다, 최근에 우리는 한 것이 없다. 다들 직장을 구했지만 쉴 시간도 부족해(나 빼고 월~토) 어떤 경험도 하지 못하고 있다,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온 것이지 여기에 돈 벌러 온 것이 아니다. 청춘 1년을 돈과 바꿀 수 없다. 등등.. 그래서 다른 직업을 구하는 일이 있더라도 월~금은 일하고(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토~일은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자고 설득했다. 박씨는 1시간 만에 설득했지만 문씨는 설득하지 못했다.
호주 3주 7일 차
11시쯤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나왔다. 원래 근처에서 캥거루 고기를 먹고 현지인들 카페에 가는 간단한 일정이었다. 그런데 박씨가 다른 걸 먹자 해서 문씨의 의견에 따라 fish & chips를 먹으러 갔다. 나는 근처인 줄 알았는데 가는데 1시간 걸린다 해서 좀 고민했는데 페리도 탄다는 말에 졸졸 따라갔다. 페리를 처음 탔는데 저렴한 가격에 시드니 해안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여튼 Watsons Bay 선착장에 내려 바로 앞에 있는 곳에서 밥을 먹었다. 나는 today special인 perch(농어라는데~)&chips&salad를 29$ 내고 먹었다. 최근 늘 직접 요리해먹다 보니 호주 1인분의 양을 잊고 있었는데 먹다 보니 배 터질 거 같았다.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왜인지 회사 식당에서 먹은 게 더 맛있었다. 일하고 먹으면 배고 파서인 거 같다.
느끼한 속을 달래기 위해 병 맥주를 하나 사서 먹으며 돌아다녔다. 무슨 hornby lighthouse를 갔는데 복원공사 중이어서 등대는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밑에 해변이 있길래 쳐다봤는데 할아버지가 옷을 다 벗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전부 놀라서 표지판을 다시 읽어보니 누트비치였다. 할아버지들만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해안절벽을 걷는데 계속 드론금지구역 표지판, 철조망이 있어서 구글맵스를 보니 군기지가 붙어있었다. 누드비치와 군기지의 조화라니.. 여름에 병사들 탈영하겠는데?
take out 커피를 한잔 마시고 계속 해안을 다라 크리스티슨 공원까지 걸었다. 가는 길에 수많은 애완견들과 사람들이 함께 뛰어노는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 있었고 공원에서는 미식축구, 축구하는 학생들도 볼 수 있었다.
저녁에는 돌아와서 vivid 축제 중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구경하고 집으로 갔다.
3. 마무리
높은 시급(내 기준)과 워라벨 좋은 직장을 찾아서 행복하다. 특히 직장 사람들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