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12주 차
1. 들어가기 전
2. 일상
3. 마무리
1. 들어가기 전
모든 내용은 절대 대한민국 국군, un 평화유지군의 의견이 아닌 고작 8개월 활동한 개인의 견해입니다.
일기를 중점으로 주단위로 글을 작성하려고 한다. 남수단에서 찍은 사진이 꽤 있으나 보안에 문제없는 사진만 올리려 한다.
군 관련 내용은 모두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내용만 작성하였으며 군기밀 내용은 블라인드 처리하거나 뺏다.
고정 출연 인물 정리
권씨(통신 유선병)
정씨(TOD 운용병으로 함께 작전 수행함, 전역 후 소방공무원 준비 중)
K중사님 (의무대 AMB 수송관으로 함께 작전수행함, 늘 재밌고 친절했던 삼촌)
허씨(공병 통역병, 함께 작전 수행함, 전역 후 라섹함)
공병 3팀장님 (MSR 작전 지휘관, 내가 가장 존경하는 군인이고, 상관이고, 어른이다)
2. 일상
남수단 12주 1일 차
어제 다친 발 때문에 작지대장님, 행보관님이 오늘 아침 점호를 열외 시켜주셔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런데 유선반장님이 들어오셔서 "점호 왜 안나왔냐?"라고 물어보셨고 나는 "어제 대장님이 점호 열외를 하라고 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통신팀 간부님들은 다친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고 통신팀장님이 살짝 화나셨다고 말해주셨다 그러니 앞으로 이런일 있으면 통신팀에도 보고해달라고 하셨다. 근데 나는 여기서 "저는 어제 대장님이 통신팀에 말해주신다고 하셔서 전달이 된줄알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별일없이 잘 넘어갔지만 끝까지 죄송하다는 말을 꺼내지않은게 지금도 후회된다. 어찌됬든 하급자인 내가 보고하지 않은것은 내 잘못인데 그때는 상황파악이 안되서 천사 유선반장님께 개긴거같다. 진짜 유선반장님이라서 넘어가주신거지 다른 간부님들이였으면 아마... (반대쪽 발도 작살나서 귀국했을듯)
나는 오늘부터 아침,점심,저녁으로 일찍 식당에 가서 식사를 준비하고 식기를 세척해야하는 식기조 주간이지만 발을 다쳐서 일단 열외했다.
아침을 안먹고 계속 누워있다 일과 시작후 먼저 한빛부대 의무대에서 x-ray를 찍고 확인했다. 내과군의관님이 어제 미리 준비한 자료와 비교하며 일단 문제없는거 같은데 혹시 모르니 동부사 안에 위치한 UN Level2 (한빛부대 의무대는 수술실이 없어서 Level1이다) 스리랑카 병원으로 가보자고 하셨다. 차량을 타고 10분정도 이동해서 내렸다. 조립식 판넬로 진료실, 사무실, 병상이 만들어져있고 조명은 있지만 매우 어두웠다. 그리고 들어가서 접수하는데 나는 영어를 못해서 군의관님이 통역을 해주셨고 이런저런 검진을 부탁하셨다. X-ray를 찍고 여러 의사들을 거쳐 (한 의사가 소견을 내는것이 아니라 1차 의사->2차 의사-> 전문의 이렇게 3번 정도를 거쳐 종합소견을 낸다.) 뼈에는 문제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 생활관에 돌아와서 통증만 빼면 큰 문제도 없고 목발과 부목이 너무 불편했기 때문에 전부 풀고 진통제 먹으면서 그냥 살살 걸어다니기로 했다.
절뚝거리며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아침점호 때문에 화났던 통신 팀장님이 미소를 머금고 나를 빤히쳐다보셔서 뭔가 머쓱했다. 그래서 나도 웃으면서 "발 때문에 식기조 안나와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거 아닌데ㅎ"라고 하셨다. 그래서 "아! 아침에 보고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철저히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웃으면서 알겠다고 하시고 끝났다. 휴... 해결완료!
저녁을 먹고 양치하려는데 펌프 고장나서 단수가 됬다. (화장실에 용변 처리도 불가능했다, 어떤 미친놈이 똥싸고 그냥 튀었던데...) 되는게 없는 하루...
식기조는 점호를 열외받고 아침,점심,저녁 식사 시간 전,후로 40분 정도를 식당에서 배식, 설거지, 쓰레기 정리를 해야 한다. 우리때는 순번을 정해놓고 3달에 1주정도를 해야했는데 진짜 최악이다. 17진부터는 현지인을 채용해서 없어졌다고 한다...
남수단 12주 2일 차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식기조를 갔다. 근데 다른인원들은 어제 이미 식기조를 했지만 나는 오늘 처음해봐서 뭘 해야할지도 모르고 발 통증 때문에 걷기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오전에 통신실로 출근해서 유선반장님과 위성장비 안테나 위치를 옮기기로 했다. 원래 위치에서 반대 지붕으로 옮겨서 동축선 길이를 줄여봤는데 여전히 작동하지 않았다.
15시 30분쯤에 다들 할 일 끝나서 통신실에 모여 노닥노닥 하고 있는데 갑자기 통신팀장님이 퇴근해도 된다고 하셨다. 나는 속으로 "개꿀!" 외치면서 일어났는데 다른간부님들이 눈빛을 보냈고 바로 다시 앉았다. 뭔가 심히 잘못됨을 깨달고 앉아있다 정시에 퇴근했다. 그리고 식기조 하러 갔다.
남수단 12주 3일 차
아침에 식기조를 했다. 이제 걷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출근했는데 팀장님이 안계셨다. 그래서 전산담당관님 옆 무선반장님(작전 나가심) 자리에 앉아서 놀고있었다. 그러다 통신부사관님이 할일없으면 작업하러 가자고 하셔서 따라갔다. 가는길에 취사장에서 과일 음료수 하나 꺼내먹고 조금 놀다가 창고에서 통신장비 예방정비를 했다. 근데 고장난게 많아서 시간이 꽤 걸릴거 같았고 오후에 다시 오기러 했다.
점심에 식기조하는데 MSR 작전 전투휴무로 인원이 너무 부족해서 힘들었다. 그런데 작지대장님이 전투휴무인원도 식기조는 도와달라고 하셔서 인원이 늘었고 조금 편하게 일했다.
오후에 다시 창고가서 장비 점검을 끝내고 통신실로 복귀했다. 권씨와 정자에 잠깐 앉아서 한국 가는 이야기 하다가, 만약 문제 일으켜서 복귀하면 비행기값 자부담 해야하는지? 이야기 하고 있는데 마침 앞에 앉아계시던 지원과 간부님이 원복 당해도 표는 사준다고 하셨다 ㅋㅋㅋㅋㅋ
퇴근 시간전에 유선반장님이 아코보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셨다.
이 당시 통신팀 내부적으로 어떠한 문제가 있긴했다. 자세한건 블라인드
(유선반장님이 출장가기전에 유선팀보고 간단한 작업을 맡겼는데 최대한 천천히 하루종일 작업하라고 하셨다.)
남수단 12주 4일 차
아침에 개같은 식기조를 하고 통신실에 갔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괜찮았다. 그리고 딱히 할일 없어서 앉아 있다 위성장비 점검하러 갔다. 여전히 작동에 문제가 있었고 전력 인버터도 교환해봤다. 당연히 잘 안되었다.
점심에 식기조를 하고 UN 부식차량이 도착해서 부식을 내렸다. 그리고 통신실에 앉아있는데 UN 부식차량이 또 와서 또 부식을 내렸다.(매주 1회씩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 2~3대정도가 국가별 부대를 돌며 식자재를 배달해준다. 상,하차는 직접 해야한다.) 다시 통신실로 돌아가니 통신팀장님과 무선반장님이 통신망 점검으로 나가계셔서 통신부사관님과 병사들끼리 놀았다~
오후 늦게 피보르-아코보 MSR(주보급로) 작전 계획이 나왔다. 원래는 공병대에서 노력을 들여 보급로를 복구해도 곧 우기여서 얼마 사용하지 못하기때문에 작전이 취소될수도 있었다. 그런데 UN측에서 단 하루만 보급로를 사용하더라도 수송기 100회 분량의 물자를 이동할수있다는 결론을 내려 작전이 확정되었다.
저녁 점호 끝나고 생활관에 돌아갔는데 TOD병인 정씨가 알몸인상태로 거울보며 포징하고 있었다...(우리방만 대형 거울을 가지고 있어 헬창들이 전부 우리방에 들렸다.)
남수단 12주 5일 차
이제는 식기조에 적응이 되어 더이상 피곤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아침에 출근을 하고 유선병인 권씨와 함께 의무대를 갔다. 나는 다친 발이 괜찮아져 목발을 반납하고 권씨는 팔에 피부가 부어서 약을 처방받았다. 그런데 중간에 무선반장님도 진료받으러 오셨고 다 같이 시간때우다 함께 무전망 점검을 하러 갔다.
오후에 부대 대청소 일정이 있어 청소끝나고 행보관님이 만들어주신 화채를 먹었다.
내일이 주말이기 때문에 다 같이 자체 연등을 진행했다. 누워있다 내가 답이 없고 쓸모 없는 토론 주제를 꺼내서 통신병들끼리 한참 이야기 하다 TOD 정씨까지 참여했고 00시가 넘어서야 토론이 끝났다. 답은 내리지 못했지만 정씨의 도움으로 답에 근접할수는 있었다. 그는 문무를 겸비한 GOAT..
남수단 12주 6일 차
토요일인데 TOD 정씨가 새벽에 나를 깨웠다. 처음에는 깨운 이유를 몰랐는데 나가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오늘 아침에 UN 동부사령부에서 Happy walk 행사를 하는데 참석신청을 하고 잊고있었다. 생각보다 꽤 많은 국가별 군인들, UN 직원들이 왔다. 다들 자유롭게 걷는 행사라 국가별로 좀 섞여서 걸으면 좋을거 같은데.... 미친 군인들은 다들 제식에 맞춰 걸었다.(행사 의미가 있나..?) 아 근데 걷다가 여기와서 처음으로 예쁜사람 한명 봤는데 스리랑카 의무대 누나였다. 부대로 돌아와서 아침 점호를 하고 누워있었다.
누워서 휴대폰보는데 사용화된 AI webui에 대한 글을 봤다. 호기심이 생겨서 colab으로 한번 돌려보는데 팀장님께서 통신팀 전부 부르셔서 준비하고 나갔다. UNMISS 주둔지와 WFP 사이 사거리에 위치한 local 가게에 가서 핵불닭을 사고 달러를 SSP로 환전했다. 중간에 가게 사장님이 통신병을 보고 너무 어려보인다 해서 나이를 물어봤고 20대 초반이라고 하니 매우 놀랐었다. 그리고 통신병들중에 누가 제일 잘생겼는지(풍선근육 권씨가 당첨), 누가 제일 어리게 생겼는지(실제로 가장 어린 전산병이 당첨) 이야기를 나눴다.
파크 팰리스 호텔로 갔다. 우리는 치킨카레, 햄버거, fish&chips, 피자, 치킨을 먹었는데 그나마 피자가 먹을 만했다. 다음에는 local food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이후 bor town을 정찰하고 기지로 복귀했다.
우리가 지형정찰 갔다온 사이 오늘 부대 점심으로 양념치킨이 나왔다. 우리가 못먹은것을 알고있던 취사병들이 따로 포장해줘서 저녁에 먹었는데 식었는데도 정말 맛있었다. (지금 글을 쓰다 보니 취사병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낀다.)
남수단 12주 7일 차
아침에 일어나서 점호를 하고 딱히 뭘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10시쯤 되서 브런치를 먹지 않고 통신병들과 짜파게티랑 핵불닭 섞어서 먹었다. 설거지 가위바위보 했는데 또 내가 걸렸다. 오늘 밤에 근무가 있어서 13시쯤 낮잠을 잤는데 일어나니 16시였다. TOD 정씨와 노래방을 갔다가 다른 팀 동기들과 삼겹살을 구워먹었다. 또 가위바위보 내가 져서 불판설거지 했다.
저녁에 정씨가 머리 잘라줬는데 완전히 망해서 내일 권씨가 머리 다시 손질해주기러 했다.
저녁에 수송부 간부님과 근무 들어가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야기도 하고, 14년도와 최근 부조리 비교도 하고, 취미생활 이야기도 하고, 소방시험 이야기도 했다. 근무가 끝나고 바로 잤다.
3.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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